청산간주 법인과의 임대차 계약, 내 보증금은 안전할까? (계약 전 필독)
💬 “대표님은 맞는데, 회사가 이상합니다…”
목 좋은 상가 자리가 나와 임대차 계약을 서두르던 김사장님. 계약 직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대인인 법인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고는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법인 정보란에 선명하게 찍힌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2020년 1월 1일 해산으로 간주’ 라는 문구 때문이었죠. 계약하려는 상대방은 분명 현판에 걸린 대표가 맞는데, 서류상 회사는 이미 몇 년 전 해산된 것으로 되어 있다니. 이 계약, 과연 진행해도 되는 걸까요? 내 소중한 보증금은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많은 자영업자와 부동산 계약 담당자들이 겪는 이 막막한 상황, 명쾌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1. ‘청산간주 법인’, 좀비 회사의 정체

먼저 ‘청산간주’의 정확한 의미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는 법인이 정상적인 해산 및 청산 절차를 밟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에 따라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유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 상법은 활동하지 않는 유령 법인, 즉 *휴면회사가 공부상에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 청산간주 대상: 주식회사가 최후의 등기 후 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경 등기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 절차: 법원행정처장이 해당 법인에게 2개월 내에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신고를 하도록 통지하고, 신고가 없으면 해산된 것으로 간주하여 직권으로 등기소에 해산 등기를 하게 됩니다.
즉, ‘청산간주 법인’은 서류상으로는 사망했지만, 실제로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심지어 암암리에 활동을 이어가는 ‘좀비 회사’와 같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2. 임대차 계약, 과연 유효할까? (핵심 법리)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런 ‘사망 선고’를 받은 법인과 맺은 임대차 계약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조건부로 유효하다” 입니다.
청산간주로 해산 등기가 되었더라도, 그 법인은 즉시 소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법원은 법인이 ‘청산의 목적범위 내에서는 존속’한다고 봅니다. 즉, 회사의 남은 재산을 정리하고 채무를 변제하는 등의 ‘뒷정리’를 위한 활동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 기존 계약: 청산간주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청산인’이 계약상 권리와 의무를 승계합니다.
- 신규 계약: 청산간주 이후에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청산 목적 범위 내의 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자산(부동산)을 활용하여 임대 수익을 얻고, 이를 통해 회사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잔여재산을 분배하는 것은 적법한 청산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 핵심은 ‘누가’ 계약하는가!
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은, 해당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청산인’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청산간주가 되면 기존의 대표이사는 대표권을 상실하고,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당시의 이사가 ‘청산인’이 됩니다.
3.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청산간주 법인과 안전하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아래 3단계는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 1단계: 법인 등기부등본 발급 및 확인
가장 기본입니다. 계약 직전, 반드시 최신 법인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아래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해산 간주 날짜: 언제 청산간주가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 ‘청산인’ 정보: 등기부 ‘임원에 관한 사항’ 란에 누가 법적인 ‘청산인’으로 등기되어 있는지 그 이름을 정확히 확인합니다.
✅ 2단계: ‘청산인’의 적법한 대표권 확인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한 ‘청산인’과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신분증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청산인이 여러 명이라면, 정관이나 주주총회 의사록을 통해 대표 청산인이 누구인지, 또는 공동으로 대표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3단계: 계약서 특약사항 추가
만일의 분쟁을 막기 위해 임대차 계약서에 아래와 같은 특약사항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본 계약의 임대인 ‘(주)000’는 상법 제520조의2에 따라 청산간주된 법인이며, 본 계약은 적법한 청산인 OOO가 청산법인을 대표하여 체결한다.”
-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는 청산법인의 잔여재산분배에 우선하여 변제하며, 청산인 OOO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보증금 반환 의무 이행에 협조한다.”
4. ‘청산간주 법인’ 되살리기 (회사 계속 등기)

만약 임대인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할 의지가 있다면, 청산간주 상태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상법은 해산으로 간주된 날로부터 3년 이내라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회사를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는 ‘부활’ 절차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만약 계약 상대방이 회사 계속 등기를 준비 중이라면, 계약 체결 전에 등기부등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전문가의 마지막 체크리스트
- 계약 직전, 최신 법인 등기부등본을 발급하여 ‘청산간주’ 여부와 ‘청산인’ 정보를 확인했는가?
- 등기부상의 ‘청산인’과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신분증으로 대조했는가?
-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계약서에 청산법인과의 계약임을 명시하는 특약을 추가했는가?
- 보증금이 시세에 비해 너무 높거나, 계약을 비정상적으로 서두르는 등 위험 신호는 없는가?
심층 Q&A: 이것까지 해결해 드립니다
Q. 청산간주 법인 소유 부동산에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적법한 청산인과 임대차(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면, 해당 계약을 근거로 부동산에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이는 청산 법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인정됩니다.
Q. 계약의 상대방이 청산인 개인인가요, 아니면 법인인가요?
A. 법인입니다. 계약서상 임대인은 ‘(주)000’가 되며, 청산인은 그 법인의 법적 대표자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 의무 등 모든 법적 책임의 주체는 청산인 개인이 아닌 ‘청산 중인 법인’입니다.
Q. 이미 계약했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보증금은 어떻게 되나요?
A. 적법한 청산인과 정상적으로 계약했다면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는 유효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사업자등록, 확정일자 등)해 두었다면, 해당 부동산이 경매 등으로 넘어갈 경우에도 보증금을 순위에 따라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계약 전 확인이 최선입니다.